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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차별에 '흔들리는 뿌리'…결말은 파국뿐"

"각종 차별에 '흔들리는 뿌리'…결말은 파국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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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1.2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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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이 살아야 대한민국 의료가 산다"
|신년논단| ③ 제도는 사회주의, 생존은 자본주의

정부·정치인의 1차 의료 활성화 약속은 반복되는 립서비스일 뿐
지난 14일 대한병원협회 연수강좌에서 보건복지부가 또 1차 의료 활성화를 약속했다. 1차 의료 활성화는 2010년 6월 전재희 전 장관이, 2010년 8월에는 진수희 전 장관이 약속했다.

▲ 임금자(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회계학 박사) ⓒ 의협신문 이정환

새누리당도 1차 의료 활성화를 주문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1차 의료 활성화를 약속하지만, 립서비스 뿐이다. 실행에 옮겨진 것은 거의 없다. 그 동안 의원은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차 의료기관인 의원을 살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어렵게 한다. 예를 들어 4대 중증질환 보장성 확대와 3대 비급여 개선 정책의 경우가 그렇다. 진심으로 1차 의료를 활성화시킬 의향이나 방법은 갖고 있는 것인가? 있다면 언제쯤이나 현실에 적용할 것인지 답답하다.

의원 경영이 벼랑 끝까지 내몰린 가장 큰 원인이 보건복지부의 헛발질 행정과 한쪽으로만 치우친 정치권의 편향된 시각에 있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법률과 제도는 사회주의, 의원 생존은 자본주의 방식
거의 모든 의원의 생존이 건강보험제도에 달려 있다. 그런데 건강보험제도는 사회주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모든 의원은 건강보험환자 진료를 거부할 수 없고 의료비는 건강보험에서 정한 금액 이상을 받을 수 없다. 건강보험에서 결정된 가격상한제가 적용된다.

설상가상으로 건강보험에서 정한 의료비는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고, 같은 질환의 의료비는 전국의 모든 의원이 같다. 건강보험환자의 의료비가 원가 이하이니 의원은 건강보험환자 진료로는 전혀 이익을 내지 말라는 시스템이다.

정신없이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만 간신히 적자를 면할 수 있게 되어있는 구조가 현재 한국의 건강보험시스템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의원이 많은 환자를 진료한다고 해서 그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의원에게는 '차등수가제'라고 하는 또 하나의 족쇄를 채워 놓았기 때문이다. 1일 환자가 75명을 초과하면 의료비를 깎는다.

100명을 초과하면 또 깎고, 151명을 초과하면 더 많이 깎는다. 151명부터는 원래 받아야 할 금액의 절반만 받을 수 있다. 강제적인데다가 협상의 여지도 없다. 애초부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의료비인데, 그것마저도 환자 수가 많다고 깎는다. 게다가 행위량도 제한된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허용되는 물리치료는 몇 회, 투석은 몇 회 등으로 상한선이 있다. 환자의 필요에 의해 더 많은 물리치료나 투석을 해도 의료비를 받을 수 없다. 어느 의원이 의료비를 받지도 못하는 환자를 비용을 들여 진료할까? 만일 진료를 했다가는 과잉진료라고 비난이나 받지 않으면 다행이다.

이렇게 의원은 법률적·제도적으로 사회주의 방식에 의해 굴러간다.
반면에 생존여부는 온전히 의원의 몫으로 떠넘겨 버린다. 의료시장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아야 생존한다. 의원간의 경쟁은 물론 (대형)병원과도 경쟁해야 한다.

대학병원과 보건소가 바로 옆에 있어도 경쟁에서 밀리지 않아야 생존이 가능하다. 경쟁에서 밀려 적자가 나면 그것은 온전히 원장의 책임이다. 의원이 제대로 활동할 수도 없도록 수많은 족쇄를 채워 놓은 정부와 정치권이 의원의 어려움에는 '나 몰라라' 하는 동안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는 의원이 속출하고 있다. 2011년부터 의원 폐업률은 80%를 넘는다.

▲ 의원 신규 개원 및 폐업 기관 수

병원에 비해 차별받는 동네의원
의원이 병원에 비해 여러 가지 차별을 받고 있다. 병원에는 차등수가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외국에서처럼 의원과 병원의 역할이 엄격하게 구분되기는커녕 오히려 무시되고 있고, 의원과 병원이 경쟁을 하고 있음에도 그런 차별을 하고 있다.

차등수가제를 적용받지 않는 병원은 많은 환자를 진료할수록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 이에 따라 병원은 환자가 많은 시기에 이익을 적립하여 환자가 없는 시기를 대비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지만 의원은 그럴 수 없는 구조이다.

진료비에서도 의원은 차별 받는다. 같은 질환을 진료해도 병원보다 의원이 더 싸다. 단순히 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싸다. 그럴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가? 중증질환이라면 모를까 의원에서도 충분히 진료가 가능한 질환인데 병원의 진료비가 더 비쌀 이유가 없다.

의원에서는 전문의가 진료하는 것이 확실한 반면, 병원은 수련의가 진료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그렇다. 개원의의 실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가격구조이다.

세법상의 불이익도 있다. 병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세무검증제가 연매출 5억원 이상의 의원에게는 적용된다. 의원은 사실 건강보험청구과정에서 거의 모든 매출이 드러나기 때문에 매출을 누락하기 어려운 구조임에도 그렇다.

의원은 비급여도 거의 없다. 일부과에서 있더라도 병원에 비해 훨씬 적다. 의원의 행정업무와 비용의 부담이 늘어난다. 이 모든 것들이 병원과의 경쟁에서 의원에 불이익으로 작용한다.

비용계상에서도 의원은 세제상 불이익을 받는다. 병원이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과표를 줄일 수 있는 반면, 의원에게는 이러한 규정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다. 의원은 재투자를 위한 자금이 필요하면 원장의 가처분 소득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의원의 이익 중 일부를 별도로 준비금으로 비축하더라도 세제상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의원이 병원에 비해 불이익을 받는 것은 또 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병원에는 공보의가 지원된다. 공보의 지원은 실질적으로 인건비 지원의 효과가 있다. 반면에 의원은 의사를 고용하면 온전히 의사급여를 지급해야한다. 당연히 공보의보다 정상적으로 고용하는 의사의 인건비가 더 높다. 비용적인 측면에서의 불이익이다.

탄력적 개원제도 같은 의원 보호책은 전무
그러나 의원을 위한 별도의 정책적 배려는 거의 없다. 의원과 병원의 역할이 분명한 시스템인 독일도 의원을 배려한다. 예를 들어 외래 의료이용에 대한 수요예측에 따라 개원의 수를 조정한다. 과당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대학병원과 외래환자를 두고 경쟁할 필요도 없다.

병원진료는 의원에서 발급한 의뢰서가 있어야 가능하다. 의원을 거치지 않은 환자는 응급실을 방문했더라도 보험자가 당장 그 이유를 물어본다. 경우에 따라서는 환자가 진료비 전액을 지불하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독일은 환자가 의원을 먼저 이용한 후 의뢰서를 발급받아 대학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의원을 보호한다. 의원이 보호되어야 전체 의료체계가 지속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의원을 보호하기는커녕 대학병원과 비교하면서 홀대한다.

▲ 의원의 월평균 진료비 분포 현황(2012년)

동네의원이 죽으면 한국의료는 무사할까?
의원 없이 병원으로만 한국 의료체계가 유지될 수 없으며, 의료 발전을 기대할 수 없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없다. 또 병원만으로 전국에 사각지대 없이 의료를 제공할 수도 없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우리 주변에 의원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인근에 병원이 있다면 우선 가까운 병원을 이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원이 없어 환자들이 모두 병원으로 몰리게 되면 환자의 대기시간이 길어진다. 환자의 시간낭비이다. 또 병원은 의원보다 비싸다.

의원에서 충분히 진료할 수 있는 것도 병원이라는 이유로 더 많은 돈을 내야한다. 환자의 경제적 부담 증가이다. 문제는 내 주변에 병원도 없을 때 더욱 커진다. 환자는 예약과 장거리 이동 등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환자가 많으면 예약은 뒤로 밀리기도 한다. 더 많이 아파서 응급실로 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돈은 돈대로 들고, 치료는 치료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전국에 의료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려면…
병원을 통해 전국을 의료사각지대 없이 의료보장을 할 수는 없다. 그것만큼 비효율적인 것도 없다. 의료사각지대 해소는 의원을 통해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하지만 지금의 의원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목표는 의원의 정상적인 운영이다. 환자 진료를 통해 의원이 운영될 수 있어야 의원이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방법은 의원에게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가격도 건강보험에서 정한 만큼만 받을 수 있고, 진료량도 건강보험에서 정한 만큼만 제공할 수 있으며, 환자가 원하는 것도 규제에 묶여 제공할 수 없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의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 환자가 원할 경우 보장성에 포함된 항목이라도 건강보험이외의 진료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다음은 개원의가 자신의 의원을 보험환자를 진료하는 의원으로 할 것인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의료의 특성과 매년 의사가 3000여명씩 늘어나는 인력구조로 볼 때 의료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재의 건강보험재정 수준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고, 결국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재정에서 진료비를 부담하는 환자를 진료하는 공급자를 줄여야 한다. 현재로서는 개원의가 자신의 의원에서 보험환자를 진료할 것인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한 방법일 수 있다.

의원에서도 환자가 많을 때 위기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차등수가제'를 폐지하는 것이 답이다. 차등수가제 폐지는 병원과의 차별을 배제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 앞서 가장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은 보험수가의 현실화이다. 보험수가가 원가이하인 상태에서는 그 어떠한 정책으로도 의원을 정상화시킬 수 없다. 보험수가를 현실화한 다음에나 위에서 제시한 방안들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모든 의료정책에서 동네의원의 역할과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의원이 죽으면 한국 의료는 뿌리부터 흔들린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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