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으로 더 맑고 향기로워진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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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1.1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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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경 원장(부산 진구·윤내과의원)

 

부산 진구의 한 병원 안, 어르신들이 대기실에 빼곡히 앉았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는데도, 예약을 하고 앞 환자의 진료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더러는 귤 한봉지, 과자 한봉지씩을 간호사들에게 건넨다. 찬바람이 부는 탓인지, 병원 환자들 대부분이 노인들이다. 간호사들은 대기 중인 어르신들과 안부를 묻고 환담을 나누며 건강을 살핀다. 윤내과의원의 풍경이다. 2014년 7월 부산의 자랑스러운 시민상 의료부문에 선정된 윤종경 원장.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윤 원장을 윤내과의원에서 만났다.

▲ 간호사들과 함께 진료실 앞에서 포즈를 취한 윤종경 원장(사진 가운데)

거창하거나 원대한 포부가 있었다면 거짓말이다. 그저 거절을 잘 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이었다. 지인이 연화원에 있는 치매 어르신들을 돕는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 권유를 해왔다.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 싶어 흔쾌히 허락했다. 노인 장기요양기관인 '연화원' 의료봉사를 시작한 지도 2008년 8월부터 지금까지니, 꼬박 6년이 넘은 세월. 이미 저 세상 가신 분들도 제법 많아졌다.

"다같이 늙어가는 처지라서 그런가. 나의 미래를 보는 것같이 가슴이 아플 때가 많아요. 치매 어르신들이다보니 나를 기억 못 할 때가 부지기수죠. 그러다 가끔 알아보고 어린아이처럼 웃어주는데, 그때의 감동이란 말로는 표현이 안 됩니다."

그런 감동에 중독된 것 마냥 끊지 못하고 지금까지 이어졌다. 한달에 두어번 어르신들을 만나고 인사를 건넨다.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욕을 하는 어르신도 있고, 알아보고는 웃으며 음식을 내미는 어르신도 있다. 정기적으로 짬을 내서 연화원을 찾는 일이 쉬운 노릇은 아니었지만, 그 남다른 하루는 오롯이 윤 원장에게 새로운 활력이다.

연화원은 주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이 입소해있는 요양시설이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의료서비스가 절실한 어르신들이 입소해 있으며 특히 치매 환자가 많다. 윤종경 원장은 "진료도 진료지만, 그 분들에게 말벗이 돼드리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의 건강을 챙기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또 시간이 지날수록 남다른 마음가짐이 생기더라고요. 나의 미래도 생각하게 되고 말이죠. 허허."

진료를 마치고 식사도 거른 채 부랴부랴 연화원을 방문해 진료를 시작하는데, 기다리고 있는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배가 부르다. 자식처럼 여기고 말을 거는 분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참 애틋하고 소중하기에, 밤 깊어가는 줄 모른다.



지역사회에서 받은 사랑, 돌려주는 것 뿐

부산시 진구 연지동에 '윤내과'라는 이름으로 개원을 한 지도 어느덧 30여 년 세월이 지났다. 윤 원장은 처음부터 여유가 있어 봉사하고 헌신하는 의사와는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개원하고는 정신없이 시간이 흐른 것 같아요. 시간이 어찌 갔는지도 잘 모르겠고, 지금도 환자들이 참 많은데, 그래서 하루하루 더 빨리 지나갔나봐요. 좋은 일은 늘 하고 싶었지만, 여유가 없었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윤내과의원에는 환자가 정말 많았다. 대개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이었는데 인터뷰를 약속한 그날도 점심시간이 훌쩍 지날 때까지 진료가 이어졌다. 다른 병원이 충분히 많지만 윤 원장을 믿고 찾아주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없을까 하다가 지역 독거 어르신들을 위한 의료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또 동래구 노인복지관을 찾아 가정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진료하고 초음파 검사·피검사·소변 검사 등 봉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해오고 있다. 1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체크하며 추가 진료나 약을 제공하며 진심을 다해 소외된 이웃과 함께했다.

동래 문화센터 등 지역주민들의 요청에도 마다하지 않고 진료를 보기 위해 나선다. 사회의 도움으로 병원이 지속되었던 만큼, 사회에 그 사랑을 돌려주겠다는 의지가 바쁜 생활 속에서도 주변을 돌아보고 이웃을 도울 줄 아는 의사로 만들었다.

 
2012년부터는 여수 지역의 외딴섬을 방문해 섬 주민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 활동을 해왔다.

"왠지 정이 많이 가더라고요. 이곳 사람들은 소위 의료사각지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건강이 많이 나빠져도 교통편이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체계적, 종합적인 검사를 받지 못하잖아요."

외딴섬 봉사에는 세 명의 간호사와 한 명의 임상병리사도 함께 한다. 부산에서 여수까지 고가의 첨단 의료장비까지 이동시켜 1박 2일간 섬 주민들을 위해 무료 진료 및 건강 검진을 해준다. 좋은 일에는 지역감정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역간 감정의 벽을 허물고 호감을 갖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암 환자를 일곱 명이나 발견했어요. 조기에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저 또한 아주 보람되는 일이었죠."

윤종경 원장은 외딴섬 봉사만큼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속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어려운 처지의 주민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봉사를 함께함으로써 병원 가족들과의 친목 또한 새롭게 다지게 된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이 봉사활동에는 병원 가족들 외에도 '명진봉사회'라는 이름으로 지역병원들의 협진이 이뤄지기 때문에 섬사람들에게 더욱 체계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혼자 돕는 것과 함께 돕는 것은 참 다르더란 말이죠. 사회의 다른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사실을 좀 더 많이 알고, 서로 도울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재능기부라고 하죠. 시간과 노력을 조금만 투자하면 삶이 더 풍요로워질 겁니다."

화태도, 남면 금오도, 돌섬마을 등 섬을 찾아 나선 지 이제 3년, 앞으로 그가 찾아나설 외딴섬들이 더 많이 남아있기에 마음이 바쁘다.



맑고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2008년 우연한 계기로 연화원 의료봉사 활동을 시작했고 봉사의 참 맛을 봤다. 그때 (사)맑고 향기롭게 운영위원이 되고자 마음먹었다. 주요사업 심의, 봉사자 활동 지원, 기부 등의 일들은 그의 삶을 더욱 맑고 향기롭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사실 작정하고 봉사활동에 나선 것은 아니었고, 사회봉사단체인 (사)맑고 향기롭게 부산 모임의 운영위원이다 보니, 봉사나 기부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시종일관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다. (사)맑고 향기롭게에서 윤종경 원장은 주요 사업 심의, 봉사자 활동 지원, 각종 행사 지원, 기부 등의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쳤고 시민단체의 활성화와 자원봉사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해왔다.

(사)맑고 향기롭게 부산모임은 1994년 창립돼 가정형편이 어려운 이웃 돕기, 사회복지시설 봉사, 영호남 청소년 어울림 한마당, 여름청소년 자원봉사활동, 부산자원봉사대상제, 자원보존활동 등의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공동체사회를 형성하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단체다.

윤종경 원장은 온화한 성품과 남다른 책임감을 가진 의료인, 이웃과 사회를 돌아볼 줄 아는 의료인이었다. 지성인의 사회 참여가 더 살 만한 세상을 만든다는 진리도 잊지 않고 있었다. 시종일관 겸손한 자세로 한 일이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이런저런 공적을 인정받아 2014년 7월에는 부산광역시와 부산문화방송이 공동 시상하는 자랑스러운 부산시민상을 받았다.

"갑자기 상도 주시고, 주목을 받아 참 민망합니다. 저는 개원의다보니 경영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조금씩 사회를 돌아보고자 했던 것을 칭찬하고 격려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더 많이 베풀면서 살라는 뜻으로 삼아야지요."

1986년 개원한 토박이로 주민 자치에 힘쓰고, 긍휼한 마음으로 주위를 돌볼 줄 아는 윤종경 원장. 베풀다보면 행복한 마음이 들어 계속하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고 고백했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 주변 어르신들이 가시는 날까지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돌봐드리고 싶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거창한 사명감을 거두고 그저 이웃들에게 존경과 관심을 보여주는 윤종경 원장이 지역사회의 대표 병원으로서 많은 환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다.

글·사진 정지선(보령제약 사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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