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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미래지향적 의료법'…진료기록의 경우

청진기 '미래지향적 의료법'…진료기록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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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1.1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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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권 변호사(분당서울대병원 의료법무 전담 교수·법무법인 LK파트너스 변호사)

▲ 이경권 변호사(분당서울대병원 의료법무 전담 교수·법무법인 LK파트너스 변호사)
의료법은 늘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 중의 하나다. 정부가, 여당에서, 야당이 너나 할 것 없이 개정안을 제출하는 단골 중의 단골 법률이다. 의료체계를 크게 공급자와 수요자로 나눌 때 공급자를 규율하는 법 가운데 가장 중심이 되는 법률이기 때문에 빈번한 개정안이 제출되는 것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조금 자세히 살펴보면 1951년 의료법의 모체인 국민의료법이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무려 56차례의 개정이 있었다. 거의 1년에 한 차례 개정이 이뤄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매년 개정되는 법이라니. 전부개정도 3차례나 있었으며, 2007년에 마지막 전부개정이 이뤄졌다.

기본적으로 의료법은 규제적 성격이 강한 법이다.  전국민건강보험제도·요양기관당연지정제와 같은 사회보험체제의 건강보험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급자에 대해서도 규제를 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 정권에서부터 특히 의료의 산업성을 강조하기 시작하고, 국가적 신성장산업의 하나로 보게 되면서부터 이러한 규제적 성격의 의료법이 의료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 의문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이는 가치관과 철학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의료의 산업적 측면으로 보느냐 공공성을 강조하느냐 하는 것은 개인의, 사회의, 국가의 가치관과 철학에 따라 달리 볼 수 있는 것이다. 의료의 매력 중 하나는 고용창출효과가 크다는 점이다. 즉 1000병상 규모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때 유발되는 고용효과는 제조업의 웬만한 기업의 고용인원에 맞먹는다.

1000병상 정도의 급성기 병상을 운영하면 건강보험 영역에서는 4000~5000억원의 매출을 올려도 상위권의 성적이다. 그러나 같은 매출액을 올리는 제조업의 고용인 수를 비교해 보라. 전자가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현행 의료법을 산업촉진적, 선도적 법으로 보기는 어렵다. 물론 법이 속성 자체가 선진적이기는 어렵지만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여 현상을 적절히 규율해야 한다. 즉 산업활성화 측면에서 문제되는 규정을 손보는 것은 아닐지라도 현행 의료법 규정들과 바뀐 현실을 비교하여 뒤떨어지거나 잘못된 규정들은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앞으로 '미래지향적 의료법'이라는 부제로 본 칼럼을 쓸까 한다.

오늘은 첫 번째로 진료기록 관련 규정의 개정필요성에 대해 얘기해 보자. 현행 의료법 제22조에서는 진료기록부 작성의무·보관의무는 물론 허위기재금지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제23조에서는 전자의무기록으로 작성·보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진료기록을 종이에 작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전자의무기록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대부분의 개원의들이 전자차트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고, 상급종합병원은 물론 많은 병원들에서도 전자의무기록(EMR)을 사용하고 있다. 오히려 종이에 진료기록을 작성하여 보관하는 의료기관이 소수다.

그럼에도 의료법은 이를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를 잘 알 수 있는 것이 동법 제23조 제2항에서 전자의무기록을 안전하게 관리·보존하는데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갖추도록 하고 있는데, 동법 시행규칙에서 구체적으로 '전자의무기록의 생성과 전자서명을 검증할 수 있는 장비, 2. 전자서명이 있은 후 전자의무기록의 변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장비,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아니한 백업저장시스템'만을 요구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장비만으로 충분한가?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서버를 어디에 두는가 하는 점이다. 종이진료기록은 당연히 의료기관 내에 보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의료기관이 휴·폐업할 경우에 진료기록부를 관할 보건소장에게 넘겨야 하는 것으로 규정한 제40조를 근거로 진료기록부를 의료기관 내에 둬야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전자의무기록을 사용하는 의원·병원·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이 휴업하거나 폐업할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서버를 관할 보건소에 넘겨야 하는가? 위 시행규칙에서 본 것과 같이 필수적으로 두어야 하는 백업저장시스템은 넘기지 않아도 되는가?

서버를 의료기관 내에 두지 않는다면 의료법을 위반한 것인가? 보안시스템이 취약한 의료기관들끼리 연합하여 보안성이 강화된 서버를 공동으로 구축해 이용하는 것은 위법한가?

이미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서 사용하고 있는 의료기관도 있는데 적법한 것인가? 이미 EMR의 단계를 벗어나 EHR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는 마당에 이를 규율해야 할 법률은 종이에 작성된 진료기록에 대한 규정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습지 않은가?

입법의 미비 수준이 아니라 입법의 방치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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