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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질병이라는 슈퍼갑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청진기 질병이라는 슈퍼갑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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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1.1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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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희 (인천 서구·연세엄마손의원 원장·매거진 <반창고> 발행인)
▲ 전진희 (인천 서구·연세엄마손의원 원장·매거진 <반창고> 발행인)

의사는 적어도 하루에 수십 명의 낯선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의사가 만나는 낯선 사람은 '아픈 사람'이다. 이 두 사람의 만남은 질병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전제 조건에 의해 시작된 불가항력의 만남이다. 질병으로 만난 두 사람 사이의 기류는 우리가 간단히 생각해도 긍적적일 수만은 없다.

낯선 아픈 사람, 즉 환자는 의사와의 만남에서 크게 세 가지 감정을 가지게 된다.

첫번째, 두려움이다. 의료진에게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보내는 병원이라는 공간은 일을 하고 동료를 만나는 자신에게 익숙한 주변 환경이다. 하지만 환자에게 병원은 '아픔'이라는 좋지 않는 조건으로 방문하는 낯선 공간이다. 우리는 낯선 공간에 놓이면 본능적으로 불안과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두 번째, 고통스러움이다. 환자는 자신에게 생긴 질병이라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질병은 환자 자신의 몸을 스스로 통제하고 마음껏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적이다. 그 자신이 볼 수도 없고, 스스로 대처할 수도 없는 질병이라는 적은 고통을 수반한다.

세 번째, 간절함이다. 환자는 낯선 곳에 놓이는 두려움과 질병의 고통 안에서 무언가 벗어나게 해줄 것을 찾아내고자 갈망하고 찾게 된다.

세 번째의 감정은 앞의 두 가지의 감정과는 다른 양가감정이다. 환자는 두려움과 고통스러움을 벗어나고자 하는 간절함으로 병원으로 찾아오며 의료진을 만나게 된다. 의료진과 환자와의 만남은 긍정적인 에너지로 둘러싸인 만남이 아닌 무언가 불안한 만남일 수 있다.

그러면 의료진은 질병과는 어떤 관계에 놓이는가?

한마디로 의료진의 몫을 말한다면 '환자를 괴롭게 하는 질병이라는 적을 물리쳐 환자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 자'이다. 요즘 슈퍼갑을 논한다면 질병은 수퍼갑이고 의료진과 환자는 동병상련의 을이라고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의사와 환자는 서로 다른 길을 가는 남남이 아닌 '질병'이라는 보이지 않고 실체가 완벽히 잡히지 않는 공동의 적을 위해 싸우는 동반자이다.

우리는 질병과 어떻게 잘 싸울 것인가를 위해 완전히 다르며 처음 만난 서로에게 모두 좋은 방향으로 찾아가는 동지이다.

우리의 만남의 전제적인 핵심이 '동지'라면 과연 어떻게 동지가 돼 갈 수 있을까?

환자는 의사에게 많은 정보과 행위를 기대하며, 자신의 두려움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줄 것이란 간절함으로 의사와 만난다.

의사는 환자와의 만남을 통해 질병과 싸움에 임하기 위해 전략과 전술을 섭렵하고 냉철하게 판단해 진단에 필요한 정보를 일차적으로 대화, 즉 문진에서 얻어내고 이후 적절한 검사를 찾아 시행하며 검사를 통해 나온 결론을 통해 치료하는 행위를 하게 된다.

오래전 의사는 환자와의 대화에서 나온 결론을 행위로 옮기기만 하면 됐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의사는 의학적 판단 과정을 환자와 대화를 통해 이해를 유도하고 함께 합리적인 선택으로 치료라는 행위에 도달하며, 치료 후에도 결과에 대해 다시 환자와 상의를 하게 된다.

의사들이 환자와의 관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사용하게 되는 것은 수술이나 투약, 치료 행위 자체보다는 대화이다. 환자와 의사간의 대화는 진단의 시작이며 치료의 결론이 되므로 시작과 끝을 통틀어 대화의 중요성은 강조돼야 한다.

2006년 의원을 개원하며 나는 환자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내고 대화를 통해 진단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진료실에서의 첫 만남과 짧은 시간의 대화 속에서 환자는 자신의 질병을 치료 받고자 하며 의사는 대화 속에서 치료에 필요한 정보를 끌어내고 질병의 단서를 찾아서 치료에 도달해 진료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

환자는 고통과 두려움을 수반한 질병의 진단과 치료라는 무형의 가치를 제공받았으며, 의사는 생명을 살리고 지키는 직업에 대한 존엄이라는 무형의 가치와 적절한 일의 대가라는 유형의 가치를 받게 된다.

의사와 환자의 만남은 각각 개인에게 매우 중요한 무형, 유형의 가치 교환을 통해 서로에게 최선을 이익으로 돌려주기 위한 과정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환자가 얻어낸 것과 의사가 얻어낸 가치의 합치과정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신뢰를 가지고 질병이라는 적에 맞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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