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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붕괴 2000년 의약분업부터 시작됐다
내과 붕괴 2000년 의약분업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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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1.12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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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이 살아야 대한민국 의료가 산다"
|신년논단| ① 앞이 안보이는 내과의원

새해를 맞아 덕담을 나누고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며 보내야 할 때이지만 가혹한 현실은 마음마저 얼어붙게 한다. 해를 달리하면서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의료 환경에 미지의 앞날에 대한 옅은 희망마저 포기하게 한다.

10년전부터 더이상 나빠질 수 없다던 산부인과는 악화를 거듭해 몰락지경까지 이르렀고, 이젠 내과까지 여파가 미쳐 전공의 미달사태가 속출하고 폐업률은 50%를 넘고 있다. 한국의료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의협신문>은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임금자 박사의 신년 논단을 통해 ▲앞이 안보이는 내과의원 ▲산부인과, 돌파구는 있는가? ▲의원이 죽으면 한국의료가 살까? ▲의료이용, 비정상의 정상화는 요원한가? 등을 주제로 모두 4회에 걸쳐 한국의료가 직면한 문제점과 해결책에 다가선다. <편집자>

"내과가 비보험을 포함해서 원가의 몇 퍼센트나 보상받고 있는 줄 아십니까?"
"77% 언저리"

▲ 임금자(·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회계학 박사) ⓒ 의협신문 이정환

지난해 5월 대한개원의협의회 임원진 춘계워크샵에서 강의 말미에 던진 필자의 질문과, 그에 대한 김일중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의 답변이다.

그렇다. 내과의원의 원가보전율은 77.5%이다. 보험진료에 대한 원가보전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77.5%는 비보험까지 포함한 내과의원의 원가보전율이다. 원가 100원짜리 진료를 제공한 내과의원에서는 진료비로 77.5원만 받는다.

제조업이었으면 이미 망해서 폐업했을 원가보전율이다. 망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내과의원들이 신기할 따름이다. 과연 내과의원은 잘 버티고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과의원은 무너지고 있는 중이다.
매년 많은 수의 내과의원이 신규로 개원하지만, 폐업하는 내과의원도 적지 않다. 내과의원 폐업률이 50%를 넘는다. 두 개 의원이 신규 개원하면 하나는 폐업한다. 이는 내과의원이 위기라는 시장의 신호 중 하나이다. 이런 신호는 오래전부터 있었다<그림 1>.

▲ <그림 1> 내과의원 신규와 폐업 및 폐업률

상황이 이런데도 그동안 내과의원의 위기에 대해서는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당연히 내과의 위기에 대해서도 논의되지 않았다. 산부인과나 흉부외과 등이 더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내과의 문제를 감지하지 못했을까? 이유야 어찌됐든 최근에 '내과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 배경에는 내과 전공의들의 수련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와 내과 전공의 지원 미달이 자리하고 있다.

시들해진 '의료의 꽃' 내과

흔히들 내과를 '의료의 꽃'이라고 말하지만 전공의 파업이나 전공의 지원 미달을 보면 이제는 그 꽃이 많이 시들해진 듯하다. 그 원인이 내과 전공의의 열악한 수련환경 탓이라는 진단과 더불어 그 개선방안에 대해 논하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

우리는 일반적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다면 현재의 상황이 힘들어도 기꺼이 이를 감수한다. 의사도 마찬가지이다. 내과 전공의들의 파업이나 내과 전공의 지원 미달의 원인에는 내과전문의의 불안한 미래, 희망을 갖기 어려운 미래가 자리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의는 개원한다.

그런데 내과의원을 개원해서는 현상유지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가 내과를 기피하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일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수년째 계속된 내과의원의 경영난이 내과 전체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과의원의 경영위기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내과의원 위기, 2000년 의약분업 때부터 시작

내과의원의 위기는 2000년 의약분업부터 시작됐다. 2000년의 의약분업은 모든 의료기관에게는 강제적인 사업재편이었다. 하루아침에 강제적으로 수입원을 잃은 것이다. 대체할 수입원도 없었다. 이로 인한 경영상의 불이익은 생각보다 컸다.

의원에게는 더욱 그러했다. 특히 약품사용이 많은 내과의원에게는 의약분업은 생존의 문제로 다가왔다. 내과개원가의 위기가 시작됐지만 당시에는 이를 실감하지 못했다. 의약분업을 실시하면서 일시적이지만 수가가 인상돼 착시효과가 있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자 증가, 장기요양보험 도입 등으로 내과 전문의 수요가 증가한 것도 내과의원의 위기가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은 이유이다. 결국 개원이 비교적 용이했던 내과는 여전히 '의료의 꽃'으로 인식됐고 이른바 '피안성'이나 '정재영' 정도는 아니더라도 꾸준한 인기과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의사들에게는 내과라는 자부심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의약분업이 가져온 구조적인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2000 의약분업은 가장 먼저 내과개원가에 위기를 가져다 줄 수밖에 없는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현실이 됐다.

내과의원 수가, 2006년 69.3%→2012년 71.0%로 6년 동안 1.7%p 인상

의약분업으로 약품 수입원을 잃었더라도 진료수입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었다면 내과의원의 위기는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내과의원은 진료수입만으로는 유지하기가 상당히 어렵게 돼 있다. 정부는 의원의 수가를 발표하면서 언제나 비보험을 포함한 수가를 발표한다.

이른바 경영수지 기준 수가이다. 그러면서 의원에는 비보험진료가 있으니, 보험수가가 낮아도 의원 운영은 할 만 하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이런 정책적 마인드가 결국에는 비급여가 거의 없는 내과의원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내과의원은 95%가 보험진료이다. 비보험진료는 5%에 불과하다. 내과의원에게는 보험진료 원가보전율이 그야말로 생사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인인 셈이다. 그런데 그 내과의원의 보험진료 원가보전율이라는 것이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 내과의원의 보험진료 원가보전율은 71.0%이다.

비보험을 포함해도 내과의원의 원가보전율은 77.5%에 불과하다. 이 수치는 의료계에서 계산한 결과가 아니다. 국책연구기관인 보건사회연구원에서 계산한 결과다. 그것도 건강보험재정을 고려해 원장인건비를 낮게 책정했음에도 그렇다.

2006년에는 내과의 보험진료 원가보전율이 69.3%였다(당시 의과 전체의 원가보전율은 73.9%였다). 6년 동안 겨우 1.7%포인트 높아졌고, 원가의 70%만 보상받는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그림 2>.

▲ <그림 2> 내과(의원) 급여진료 원가보전율

희망 잃어버린 내과개원의

개원내과의 처참한 현실은 아랑곳 없이 내과전문의는 매년 일정 인원이 고정적으로 배출된다. 내과의사가 증가하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태에서도 내과의원을 유지하는 방법은 많은 환자를 진료하여 단위당 원가를 낮추는 것이다.

그러나 환자들이 종합병원으로 쏠리면서 늘릴 환자가 없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1명의 의사에 의해 운영되는 내과의원은 환자 수를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내과의원의 경영이 어렵다고 개원의가 가격(의료비)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환자를 더 많이 모으기 위해 의료비를 인하할 수도 없고, 실력이 뛰어나다고 의료비를 인상할 수도 없다. 의료서비스 항목을 변경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경영난에 처해도 돌파구를 찾기가 어렵다. 내과개원의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 2011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내과 개원의 중 현재보다 미래가 더 나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5%에 불과했다(많이 호전될 것 1.7%, 호전될 것 3.3%). 반면 내과개원의의 74.3%는 현재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했다(많이 나빠질 것 19.2%, 나빠질 것 55.1%). 내과의원으로는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그림 3>.

▲ <그림 3> 내과개원의의 향후 의원 경영전망

희망을 잃어버린 내과개원의는 결국 직업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졌다. 내과개원의의 22.5%가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1명의 전문의를 육성하기 위해 소요된 시간과 비용, 노력이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그림 4>.

▲ <그림 4> 내과개원의의 의사 직업 만족도

그리고 이렇게 낮은 직업 만족도의 배경에는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불만이 자리하고 있다. 내과개원의의 72.8%가 건강보험제도에 대해 '불만'이며 건강보험제도에 '만족한다'는 내과개원의는 3.4%에 불과하다<그림 5>.

▲ <그림 5> 내과개원의의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만족도

이렇게 직업만족도도 낮고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불만이 크며, 희망을 갖지 못할 정도로 내과 개원의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더 늦기 전에 내과의원을 살려야 한다.

내과의원, 충분히 보호할 가치 있어

내과의원은 충분히 보호할 가치가 있고, 충분히 보호돼야만 한다.
그렇다면 내과의원을 보호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의료계에서는 수가의 인상을 주장한다. 물론 수가는 당연히 인상돼야 한다.

그것도 원가에 이익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인상돼야 한다. 그 어떤 이유에서도 지금과 같이 원가보전율 70%대 수준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수가 인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시스템 개선이다. 가장 긴급하게 개선돼야 할 시스템은 법률에 규정된 의료이용체계를 강력하게 시행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환자선택권'이라는 미명아래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것을 방치하다가는 우리나라 의료체계 전체가 무너진다. 따라서 상급종합병원의 외래진료는 진료의뢰서에 의해서만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예외는 공휴일이나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한다.

그리고 상급종합병원의 진료가 종료되면 반드시 환자를 회송하도록 해야 한다. 진료의뢰와 회송제도의 정착이다. 보험료율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국가에서도 이런 식의 의료의 단계적 이용은 필수적이다.

다음은 건강보험제도를 네거티브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건강보험보장성은 건강보험재정이 허용되는 범위내에서나 가능하다. 지금과 같이 재정은 충분하지 않은데 보장성을 확대하고, 그로 인해 부족해진 재정을 공급자에게 원가이하로 보상하면서 희생을 강요해서는 건강보험제도의 미래가 없다.

현재의 의료체계에 대해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다지만 소비자만 만족하는 제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공급자도 만족하는 제도여야 지속가능하고 발전한다.

폐업하는 내과의원보다 신규 개원하는 내과의원이 많다고 내과의원이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속으로 곪아 곧 터질 지경이다. 내과 개원의의 42.1%는 진료를 통해 운영비조차 조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입증한다.

내과도 처절하게 무너진 산부인과의 전철을 밟게 할 생각이 아니라면 정부는 내과의원이 무너지는 것을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내과의원이 무너지면 내과가 무너지고, 결국에는 대한민국의 의료체계 전반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현재의 의료보장 수준 정도라도 유지하려면 내과의원은 보호해야만 한다. 그만큼 내과의원은 보호될 가치가 있고 지켜져야 한다. 2015년 새해에는 정부 당국자의 발상의 전환을 기대해 본다<그림 6>.

▲ <그림 6> 내과의원의 월평균 진료비 현황 분포(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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