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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이지만 '사랑'이다

'불륜'이지만 '사랑'이다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5.01.0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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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멜로드라마',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2월 15일까지
박원상·홍은희·배해선 등 정통멜로 연기 펼쳐…

 

결혼 10년 차 부부인 김찬일과 강서경. 이들은 각자의 직업에 충실하면서 남들 보기에 부족함이 없는 듯 보이는 부부다. 박미현과 박재현은 오누이 관계로 어릴 때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미현은 경계성 지능 장애를 지니게 되고 동생 재현은 심장 수술을 받게 된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를 함께 당한 안소이는 오빠의 심장을 이식받은 재현과 약혼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미현과 찬일이 만나게 되고, 서경과 재현이 만나게 되면서부터 이들은 엇갈린 사랑을 하게 된다.

부부라는 관계, 오누이라는 관계 때문에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지만 이들은 끝내 자신의 사랑을 찾길 희망한다. 그러면서부터 모든 관계는 악화되고, 상황은 극단적으로 치우치게 된다….

2월 15일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소 극장에서 오랫만에 정통 멜로극의 진수를 맛볼수 있다.
연극 '멜로드라마'…사랑, 그 진실을 찾아가는 우리의 이야기. '불륜'이라는 소재를 표면적으로 드러내지만 그 안에서 발견하게 되는 진실된 인간의 갈등들로 '사랑'에 대한 본질을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

지난 2007년 '이다의 무대발견 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첫 선을 보였던 이 연극은 장유정 연출의 연극 데뷔작으로, 섬세한 감성 묘사와 깊이 있는 연출로 올 겨울, 새로운 '사랑'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해준다.

'멜로드라마' 속 가장 보편적으로 만나게 되는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그들 사이에 얽힌 관계는 통상 사회적인 '규범'을 깨버리는 '금기'와도 같다. 하지만 그 '금기'에 다가서 있는 인물들은 계산적이거나 비열하지 않다. 이 연극의 진정성이 발휘되는 지점이다.

우리가 통상 '금기'와 연결돼 예측하는 뻔한 감정의 연속성은 '멜로드라마'에는 없다. 다만 등장인물 모두에 대한 동질감을 유발한다. 이 연극을 통해 장유정 연출은 불륜이 나쁜 것이 아니라 슬픈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도'로 대치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그들의 사랑은 달콤하거나 아찔하거나 지겨운 대로, 그 나름의 가치와 미덕을 보이고 있다.

 

 

"담배 끊는다고 끊어지디? 평생 참는 거지.
결혼했다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끊어지냐고. 그냥 참는 거지.
당신이나 나나 너무 세게 누르고 있었어."

 

 

장유정 연출의 작품에는 '악역'이 등장하지 않는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오! 당신이 잠든 사이''형제는 용감했다''그날들'로 이어지기까지, 그의 극 속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악인'이 아니라 '사람'이다.

극 중 강서경은 전형적인 커리어우먼에 자신의 일에 자신감을 가지고 사는 당당한 전문직 여성이지만 일에 매여 결혼도, 사랑도 그저 자신의 생활의 일부처럼 여기던 삶에 찾아온 재현에게 강렬한 이끌림을 느낀다.

박재현 또한 그렇다. 죽음을 목전에 둔 자신에게 오빠의 심장을 이식해 준 안소이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그는 좀처럼 소이에게 끌리지 않던 마음이 서경을 만나게 되면서 둘의 살얼음 같은 만남이 시작된다. 강서경의 남편인 김찬일은 무료한 결혼 생활과 특별할 일 없는 직장에 다니던 중 사고로 인해 지능이 낮아진 박미현을 만나게 되면서 그에게 순수한 사랑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이처럼 표면적으로 보이는 '불륜'이라는 관계에 있을 법한 날 선 캐릭터들이 이 연극에는 없다. 다만 본능이 이끄는 데로 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겁이 나는 우리와 같은 나약한 인간들이 무대 위에 서 있을 뿐이다. 그저 사랑의 약속이 중요한지, 이끌리는 사랑의 열정에 따라야 하는지에 고민하는 나약한 인간이 있을 뿐이다.

김찬일 역에 박원상·최대훈이 강서경 역에 배해선·홍은희, 박재현역에 조강현·박성훈이 분해 열연을 펼친다. 이와함께 박미현 역에 전경수, 안소이 역에 김나미·박민정 등 신뢰감 높은 배우들이 사랑과 고뇌에 찬 주인공으로 열연한다.

한편, '푸르른 날에''상사몽'의 극적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던 이윤수 무대 디자이너를 비롯, 구윤영 조명 디자이너·조윤형 소품 디자이너·조혜정 의상디자이너 등 크리에이티브 팀이 무대를 꾸며 연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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