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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의례'라지만...홀대받는 전임의들
'통과의례'라지만...홀대받는 전임의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5.01.0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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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연구실 이용 3.0% 불과...무급 10.3% 달해
공부 하고 싶어서 선택했으나 현실은 '잡일 땜빵'

15년전만 해도 대학교수로 남기 위해 전공의 과정을 모두 마치고 2~3년동안 전임의 과정을 밟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었다. 하지만 경기불황이 장기화되고, 개원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갈곳을 잃은 젊은 의사들이 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취업을 하기 위해 대형병원으로 몰려들고 있다.

현재 서울 소재 5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임의 숫자만 1500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 가운데 교수로 남기 위해 전임의 과정을 밟는 사람은 50%도 안된다. 또 불과 몇년전만 해도 무급으로 병원에서 전임의로 근무하는 경우도 많았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전임의에 대한 법률적 정의를 명확히 하고, 제도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전담기구를 두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전임의 교육과정에 대한 대대적인 시스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또 대한의학회에서도 전임의 근무여건 및 처우, 그리고 전임의 수련기간 및 인력 수요, 수련교육 목표에 대해 문제점을 인식하고 전임의 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의협신문>은 의사사회에서 눈여겨 보지 않았던 전임의들에게 관심을 갖자는 의미로 신년 특집호 주제로 정했다. 그동안 의사사회가 소홀히 했던 전임의들이 실제로 어떤 조건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직접 현장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

배우고 또 배우고…의사되기 힘들다

현장에서 나름대로 전문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서는 의과대학 6년, 전공의 과정(인턴 1년, 전공의 3∼4년) 4∼5년은 기본적으로 거쳐야 한다.

하지만 전공의 과정을 모두 마쳤다고 해서 환자를 진료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세부전문과목에 따라 진료하는 환자의 수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전공의 수련과정 동안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곧바로 개원을 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전공의 수련과정을 마친 전문의들은 병원에서 세부전문의자격을 따기 위해 교육을 더 받는다.

이들이 소위 말하는 '전임의'이다. 전임의는 법률적으로 명확히 규정돼 있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전문의 자격 취득 후 세부전문 분야의 지식, 술기 습득을 위해 일정 기간 추가 수련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

실제로 세부전문의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전공의 과정을 마친 후 수많은 젊은 의사들이 대형병원에서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정도의 전임의 과정을 거친다.

결국 자신의 이름을 걸고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서는 전공의 수련과정 4∼5년과 전임의 수련과정 5년을 더해 약 10년이라는 기간동안 끝없이 배우고, 또 배우는 것이 필수과정이 됐다.

전공의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홀대받는 전임의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의과대학 교육을 비롯해, 인턴 및 전공의 수련환경에 대해서는 많은 문제의식을 갖고 논의를 해왔다. 또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이라는 결실을 얻어냈다. 이를 두고 선배의사들은 "전공의 수련교육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며 부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세부전문 수련과정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전임의들에 대해서는 전공의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전임의들에 대한 의료계 및 사회적 관심이 적다보니 전임의들은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급여를 받지 않고 병원에서 시키는 잡다한 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자신들의 처지를 속시원하게 얘기하지 못했다.

지난 2014년 11월 27~28일까지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대한의학회 임원 아카데미에서는 '우리나라 전임의 수련현황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조사는 102곳의 전임의 수련병원(46곳 회신)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서울소재 6곳 수련병원 전임의들에 대한 방문조사도 함께 실시됐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무급으로 일하고 있는 전임의는 10.3%나 됐으며, 여러 전임의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연구실에서 근무하는 전임의가 88.5% 였다. 몇개의 책상을 여러 전임의가 공동으로 사용(5.5%)하거나 전공의와 같은 공간(의국)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0.5%), 전임의를 위한 공간이 전혀 없는 경우(2.1%)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그림 참조>.

▲ 일러스트=윤세호 기자

전공의 업무 보조 및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다

대한의학회 임원 아카데미에서 발표된 자료 중 수련병원 책임자 인식 인터뷰에서는 ▲전공의와 전임의 업무 분장이 명확하지 않고, 행정 및 잡일이 많음. 특히 전공의 80시간 근무제도 이후 심화 ▲전임의 급여, 공간, 근무여건 및 복지에 대한 요구 ▲전임의에 대한 인식 전환(역할과 책무, 근무여건과 복지) ▲불확실한 미래(진로), 전임의 수련 경력 인증 ▲수련기간 조정 필요성 등이 이슈가 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임의 수련현황 조사를 한 양은배 연세의대 교수(의학교육학과)는 "수련현황 조사에서 서울소재 상급병원에 많은 전임의가 고용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전임의 고용 및 수련은 개별 수련기관의 요구와 전임의의 미래 경력 개발 측면에서 자발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전임의 수련목표와 내용이 분명하게 설정돼 있지 않고, 수련은 개별 전공과에서 자율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전임의, 전공의 수련목표 및 내용을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전임의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전임의 수련 이후 진로로 나타났다"며 "앞으로 이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하는 병원에 취직 잘하기 위해 전임의 선택

취직을 하기 위해 전임의를 선택하는 비율도 높았다.

조사에 따르면 전임의를 선택하는 이유는 ▲세부전문분야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34.3%)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31.4%) ▲취직이나 개원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14.8%) ▲전공의 과정에서 지식, 술기 습득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11.2%) ▲관심 분야를 연구하고 싶어서(7.4%) ▲기타(0.9%)로 나타났다<그림 참조>.

▲ 일러스트=윤세호 기자

대학교수로 남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는 전임의(31.4%)를 제외하면 나머지 70%에 가까운 전임의들은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공부를 더 하거나 취직·개원에 도움을 받기 위해 전임의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의 A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설아 전임의(가명)는 "교수가 되고 싶어하는 인원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취직을 하거나 개원을 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취직과 개원을 하는데 있어서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전임의가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또 "학문자체가 방대해서 전공의 수련과정에서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하는 문제도 있지만,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서라도 전임의 과정을 밟고 종합병원에 취직을 하려는 사람도 많다"고 덧붙였다.

전임의, 여전히 잡일 많고 3차병원 부족한 의사인력 충원

앞서 언급했지만 전임의는 전공의와의 업무 분장이 확실치 않아 수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히려 전공의보다 병원에서의 잡다한 일까지 도맡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 세부전공에 대한 교육 및 연구도 병행해야 하지만 실제로 병원에서 진료와 관련된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 여기에 전공의 업무 커버를 비롯해 교수 서포트, 의국 관련 일까지…'잡일'을 도맡아 하는 신세다.

이와 관련 서울의 B대형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진국 전임의(가명)는 "규모가 큰 대형병원에 전임의들이 몰리고 있는데, 이들 병원에 전임의들이 몰리다보니 병원은 전임의가 없으면 운영에 큰 차질을 빚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이승구 연세의대 교수(대한영상의학회 수련위원장)는 "이번 수련현황 조사에서 3차병원의 부족한 의사인력을 현재 전임의를 통해 충당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또 "병원 의료인력 충당에 무게가 실려 병원의 업무, 교수들의 진료와 검사보조, 전공의 진료 협력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자신의 수련과 발전에 투자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했다. 특히 "전공의 인원 감축으로 인해 전임의들의 업무량이 더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일러스트=윤세호 기자

무급은 사라졌지만 진료에 할애하는 시간 많아

임원 아카데미에서 발표된 조사결과 전임의 75.6%가 5000만원 이상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급 전임의는 10.3%가 있다고 응답했으며, 3000∼4000만원 사이가 7.3%, 4000∼5000만원 사이가 17.1%로 나타났다.

또 67.7%가 6∼12일정도의 휴가일수를 수련규정에서 보장받고 있지만 10일 이상 휴가를 실제로 사용한 경우는 16.6%에 불과했다. 휴가일수를 규정에 나와있는 대로 사용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근무시간은 평균 연구 3.66시간, 진료 7.52시간, 교육 1.21시간, 수면 5.95시간 등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앞으로 근무형태가 연구 4.81시간, 교육 1.59시간, 수면 6.64시간으로 늘어나기를 희망했으며, 진료는 5.49시간으로 줄어들기를 원했다.

이와 관련 올해 서울의 C대학병원에서 2년차 전임의 과정을 밟고 있는 김선영 전임의(가명)는 "전임의는 전공의와 마찬가지로 세부전문의과목에 대한 수련과정에 있으므로 피교육자이면서 근로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비인기과 같은 경우, 예를 들어 비뇨기과는 전공의 지원이 거의 없어 전임의들이 대부분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업무강도는 더 높아졌다"고 하소연했다.

김선영 전임의는 "전공의 80시간 수련근무 규정으로 인해 그 피해가 전임의에게 갈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며, 피교육자이기도 한 전임의 교육 프로그램의 질적 보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전임의 수련교육 목표는 제대로 마련돼 있나?

이번 조사에서는 전공과목별로 수련목표와 내용을 전공과목별로 명문화하고 있으나 기관에서 파악하고 있지 않고, 아예 명문화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67.5%나 됐다.

무엇보다도 모학회 및 세부전문분야별로 수련목표를 설정하고 있다고 응답한 전임의는 50.0%나 됐지만, 기관차원의 명문화된 수련목표를 제공받았다고 응답한 전임의는 35.3%에 불과했다. 기관차원에서 수련목표가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25.7%로 나타나 수련병원에서 전임의 수련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이 확인됐다<그림 참조>.

▲ 일러스트=윤세호 기자

이승구 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6개병원 전임의 면담 및 77개 학회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미래의 수요를 고려해 전임의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또 "세부전문분야 수련에 다른 자격 인증이 없으므로 인증 분야별 공통 교육과정 개발이 필요하고, 전임의 관리체계 수립을 위해 의학회 차원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요구된다"고 언급했다.

젊은 의사들의 미래는?

2015년에는 병원 경영이 더 악화될 것을 우려해 2014년보다 전임의 채용 숫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의사들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개원은 더 어려워지고, 그리고 경쟁을 해야 하는 동료의사들은 더 많아지는 상황에서 병원문을 나서야 하는 전임의들은 생존의 게임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병원에 더 남아있고 싶어도 다른 후배의사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눈치껏 병원을 나와야 한다.

전임의 제도의 확산에 따라 전공의 수련교육의 내실화부터 다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공의 수련교육에 대한 체계가 명확하게 정립돼야 이후 세부전문의 교육에 대한 틀이 제대로 잡힐 수 있다는 것.

또 전임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분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교수가 될 전임의, 봉직의로 취직을 할 전임의, 그리고 입원환자 및 당직만 서는 전임의 등 트렉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구 교수는 "정부에서도 전임의 수련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시스템을 정비할 계획이 있는 만큼, 수련기관을 비롯해 관련 학회·대한의학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전임의 질 관리 체계를 제대로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서울대병원은 전임의들의 열악한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TFT(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전임의들의 요구사항을 수렴했다.

서울대병원이 전임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발벗고 나섰던 이유는 인턴과 전공의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무환경이 열악한 전임의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대해 대한의학회 한 관계자는 "병원이 먼저 전임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는 일이며, 앞으로 다른 병원에도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병원뿐 아니라 대한의학회를 비롯해 관련 학회에서 전임의 수련교육은 물론 근무환경 등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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