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윤리지침, 화석화 됐다"
"의사윤리지침, 화석화 됐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4.12.03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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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보편성과 실현 가능한 방향으로 개정 필요
김옥주 서울의대 교수, 대한의학회 'e-newsletter'서 밝혀

"의사로서 일을 할 때, 의사윤리지침이 실제적인 나침반이 되고 있습니까?"
"의료 현장에서 윤리적인 딜레마를 만났을 때, 갈 길을 밝혀주는 지침이 됩니까?"

▲김옥주 교수
2006년 개정된 의사윤리지침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화석화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사윤리강령의 문구 하나하나가 의료전문직의 가치를 구현하고 있는지, 그리고 의사윤리지침이 의학과 사회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는지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시기에 맞게 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옥주 서울의대 교수(인문의학)는 대한의학회에서 발행하는 <e-newsletter> 11월호에서 '대한의사협회의 의사윤리지침의 현황과 개선방향'이라는 글을 통해 "의사윤리지침은 국제적 보편성과 실현 가능한 방향으로 개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의사윤리지침은 의학과 사회의 변화와 발전에 따라 의사들이 계속 진화·발전시켜야 할 문서임에도 우리나라 의사윤리지침은 2006년에 개정된 이래 8년이 넘도록 그대로 방치돼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 8년간 우리 사회의 의료 환경이 급격히 변했으며 의료와 생명윤리에 관한 법률이 수 차례 개정됐음에도 의사윤리지침은 2006년 시점에 고착돼 화석화 돼 있기 때문에 현재의 의사들에게 살아있는 지침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는 1961년 10월 '의사의 윤리'를 제정해 의사들이 지켜야 할 의료윤리의 원칙을 제시했다. 또 1964년 그 산하에 윤리위원회를 뒀으나 활동이 활발하지 않다가 1995년 이를 전면 개정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기존의 '의사의 윤리'를 폐지하고 1997년 '의사윤리선언'을 제정, 이를 구체화 해 '의사윤리강령'을 만들었다. 2001년에는 구체적인 의료 행위의 윤리성을 판단하는 실무지침으로 '의사윤리지침'을 제정했다.

또 현재의 의사윤리강령과 의사윤리지침은 2006년에 만들어졌는데, 의협에서는 기존의 '의사윤리선언'을 폐지하고 '의사윤리강령'의 전문을 개정해 이것으로 통폐합했다.

당시 의협은 ▲사회제도 및 국민의식구조 변화에 따른 현실 반영 ▲의사와 환자의 대등 관계 구현 ▲의사 모두가 공감, 자율적 준수 유도 ▲소신 진료를 위한 사회적 책임의 구체화 ▲환자의 자율성 존중 및 의사의 책임 구체화 ▲제정자의 취지 고려를 개정이유로 밝혔다.

그러나 김 교수는 "2001년의 지침은 광범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만들어졌지만, 2006년의 윤리지침의 개정에는 의견수렴이 폭넓지 않았고, 지침의 범위가 대폭 축소된 것은 물론 이전에 윤리강령과 지침에 모두 있었던 '윤리위원회'에 대한 내용은 두 문서에서 모두 삭제됐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의대의 졸업식에서는 졸업생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 대신 2006년도 개정된 8개 조항의 의사윤리강령을 선서하는 등 중요한 문서로 자리잡고 있다"며 "현재의 의협 윤리강령과 지침이 국제적 보편성과 국내의 현실성을 두루 갖춰 의사들에게 실질적인 지침으로서 기능을 하는지 검토해야할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현재의 지침은 장기이식, 인공수태시술, 연명치료, 의학연구 등에 관해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으나 실제로 대부분의 의사들이 환자 진료에서 만나게 되는 공통적이고 보편적인 의료윤리 문제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다루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의사윤리지침에 포함될 내용이 누락됐거나 의사윤리지침에 포함하기에 부적절하거나 현행법과 일치하지 않는 내용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개정한 지 8년이 지난 의사윤리지침을 살펴보면 지금의 용어나 개념과 맞지 않는 내용들이 있다. 예를 들면 8조의 경우 '의사는 인체 및 생명공학 연구와 관련하여 피험자의 생명, 건강과 인격을 존중하고, 윤리적·의학적·사회적 타당성을 검토함으로써 의술 향상 및 인류의 건강 증진에 기여한다'고 돼있다.

그러나 2012년 2월 국회에서 개정돼 2013년 2월부터 발효중인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서는 의학연구에서 '실험을 당하는 사람'의 의미를 내포하는 '피험자(human subject)'라는 용어 대신에 '연구대상자'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의사윤리지침의 24조~30조까지가 의학연구윤리지침인데, 여기서도 현재의 발전된 내용을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의사윤리지침의 인공수태시술·장기이식 등의 세부 내용에서도 그간의 법과 사회와 의학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2006년 개정하면서 윤리위원회에 대한 내용이 모두 없어져, 그간 변화된 내용을 검토해 의사윤리지침에 반영할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의사윤리지침은 우리나라 의사 모두의 윤리지침이므로 의협 뿐 아니라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여러 관련 단체에서 검토되고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며 "의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윤리지침이 될 수 있도록 의협 의사윤리강령과 지침은 개정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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