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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생각의 질곡을 넘어선 진정한 행복
청진기 생각의 질곡을 넘어선 진정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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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1.2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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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향 주 박사( 세연가정의학과의원, 아크로마인드연구소 원장 ,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겸임교수)
▲ 송향주 박사( 세연가정의학과의원)

"선생님 어제는 빵 10개를 먹고 토했어요. 그리고 다시 화가 나서 라면 5개를 끓여 먹으면서 토했어요. 내가 왜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어요. 아주 쓸모없는 인간처럼 느껴져요. 그러나 기분 나쁘고 불안한 생각이 들면 반복해서 무언가 먹어야 해요. 이런 내가 정말 싫어요."

30대 중반의 식이장애 환자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과 결손 가정에서 자라나 힘든 시절을 보냈다. 여러 번 자살 경험이 있어서 같이 사는 가족들도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손님을 대하는 직장이어서 일 하면서 손님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아 기분이 나쁜 날은 이렇게 먹고 토하는 습관이 반복되어 왔다고 한다. 이 환자를 기분 나쁘게 하고 힘들게 하는 생각, 이 생각은 무엇인가?

우리는 생각을 한다. 날마다 많은 생각을 한다. 생각을 많이 해야 신중하고 올바른 판단을 하게 되어 자신의 인생이 풍요로워지리라 믿는다.

따라서 우리는 생각을 많이 하고자 노력한다. 이때 생각의 힘에 무심코 우리 자신이 끌려 다니게 되면, 즉 생각에 나 자신이 융합되어 생각이 나 자신이라고 믿게 되면, 이 세상을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이 살게 되는 기이한 모순에 빠지게 된다. 사실은 생각은 내가 아니고 나의 생각일 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떠한 생각에 융합되는가?

나의 삶과 일과의 관계에 있어서 "반드시 이래야만 해" 하는 규칙에 자주 융합된다. 위 환자의 경우 자신은 클라이언트와 항상 좋은 관계를 가져야 자신이 편해진다고 생각한다. 자신과 주변과의 관계가 힘들고 갈등이 생기게 되면 자신의 규칙에 맞지 않으므로 불안해 지고 이 불안한 생각과 융합 되면서 무언가 먹는 것으로 행동한다. 그리고 이 생각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변화로부터 뒷걸음치는 이유들로 "나는 다른 사람들과의 인간관계가 너무 힘들어서 불안하거나 우울해", "나는 또 실패할 거야", "나는 두려움을 못 견뎌" 등의 왜곡된 생각과의 융합을 들 수 있다.

또 도움이 되지 않는 판단들로 "나는 너무 뚱뚱해", "사람들에게 거부당하는 건 못 참아", "나의 삶은 재수 없어" 등의 생각에 사로잡혀서 원치 않는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결국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하면서 자신의 완고한 생각을 강화시키면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많이 사로잡히는 생각이 "나는 행복해야 하고 행복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이다. 이때 행복은 "좋은 기분"이다. 따라서 "나쁜 기분"을 줄이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게 된다. "나쁜 기분"을 피하려고 하고 "나쁜 기분"을 대상으로 고민하고 싸우게 된다.

그리하여 결국 "나쁜 기분"을 만들어 준 현실에서 도피하여 생각속의 세계에서 살게 된다. 그렇다면 가상이 아닌 현실 속에서 행복한 삶을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우리가 행복의 참된 정의를 알면 우리의 삶이 자유로워 질수 있다. 행복의 진실은 "좋은 기분"만을 느끼는 상태가 아니라 "사람의 모든 정서"를 기꺼이 수용하고 느끼면서 살아가는 풍요롭고, 충만하고, 의미 있는 삶이기 때문이다.

행복은 자신의 환경에서 지금 느끼는 것을 갈등과 투쟁 없이 느끼는 것이고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행복의 추구는 우리를 생각의 가상세계에서 끌어내어 현실을 체험하며 현재에 집중하여 살게 하므로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생각의 강한 유혹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의 생각에서 분리되어 생각 속에 갇히는 대신 생각을 바라보고, 생각을 알아차리고, 생각을 자유롭게 놓아두어야 한다.

좋거나 나쁜 생각들을 없애려고 하지 말고 그대로 놓아두면서 체험(행위)으로 훈련하면, 나의 가치 있는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면 심리적으로 현재에 깨어있으면서 체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어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요사이 우리 주변의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과학 등 모든 인간 삶의 분야가 스트레스이다. 특히 우리가 종사하는 의료의 현실은 스트레스 정도를 넘어서 분노와 좌절과 우울에 우리를 휩싸이게 하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과 정서에 사로잡히어 몸과 마음을 해치게 되는 것이 생각에 융합되어 사는 모습의 한 단면이다. 그렇다고 괴로움을 피하여 고상하고 좋은 생각을 만들고 그 안에서 안주하는 것은 생각에 사로잡힌 또 다른 경우로서 이것도 우리의 가치 있는 삶을 방해하는 길이다.

나의 분노와 좌절 그리고 우울을 피하지 말고 자유롭게 관망하고 수용하면서, 이러한 부정적인 정서가 나를 힘들게 하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리고 오늘 이 순간 나의 삶에서 중요한 것을 의미 있는 행위로서 하나하나 실천해 나갈 때 순간을 사는 우리에게 미래의 삶에 대한 생명의 진정한 행복이 다가올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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