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자 대한에이즈학회장 "초기 발견-치료하면 수명 거의 같아"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신규 감염자 수가 국내에서만 해마다 1000명 이상씩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15~19세의 감염율이 최근 들어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 조기진단과 치료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민자 대한에이즈학회장(고려의대 교수·고대안암병원 감염내과)은 21일 서울 팔래스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8회 에이즈학회 학술대회에서 "10대 환자가 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며 대책 마련을 위한 인식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에서 첫 HIV 감염인이 발견된 시기는 1985년이다. 이후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이 제정되고,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되면서 전담 대응팀이 구성되는 등 국가 차원의 관리가 이뤄져왔다.
의료계와 정부의 꾸준한 지원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규 환자수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에만 1114명이 HIV 신규 감염을 확진 받았다. 20~40대가 대부분(74.4%)이지만 최근 10년간 15~19세의 신규 감염 증가율이 20.6%로, 20~24세 증가율 14.9%를 앞지르고 있는 현상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 회장은 "에이즈 환자에 대해 색안경 낀 시선을 버리고 어떻게 10~20대의 신규 감염율을 줄일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사회적 차별이 없으면 환자도 스스럼 없이 검사하게 되고, 조기치료를 받아 신규감염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전보다 신속히 치료를 개시할 수 있도록 진료지침도 개정했다.
과거에는 면역세포가 500개 이하로 떨어졌을 때만 치료를 시작했지만, 확진된 경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도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한 가이드라인이다. 학회측은 "조기치료로 면역 기능을 보다 잘 회복하고, 전파를 낮출 수 있다"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에이즈 환자의 사망률은 13% 정도로 추산된다. 조금이라도 일찍 발견해 치료를 받을 수록 일반인과 거의 동일한 기대수명을 가질 수 있다. 면역상태가 양호한 20대 환자가 조기 발견해 치료 받으면 70년까지 더 살 수 있다는 미국에서의 연구보고도 나와 있다.
'죽음의 병',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진단과 치료에 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 회장은 "감염내과가 있는 어느 병원이든 진료는 가능하지만, 자세한 상담이 요구되는 질환 특성상 정책적 배려를 해줄 필요가 있다"면서 "의료기관 상담사업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상담수가가 신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