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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학회, 왜 국제학술대회에 열올리나?

국내 학회, 왜 국제학술대회에 열올리나?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4.11.2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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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 국제학술대회 개최 총 332건
5개국 이상 참석 시 국제대회 인정...제약사 후원금 제한 없어

2010년 11월부터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 이후 국내 학회의 학술대회가 국제학술대회 규모에 초점을 맞춰 열리고 있다.

국내 학회들이 학술대회를 국제적인 규모로 개최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의학 수준이 높아진 이유도 있지만, 국내 및 다국적 제약사들이 학술대회를 지원하는데 있어 국제학술대회가 규제가 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의협신문>은 2011년~2014년(상반기) 까지 국내 학회가 국내에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를 의협 학술국의 협조를 받아 조사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국제학술대회가 연도별로 얼마나 많이 열렸는지, 그리고 국내 학회들이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는 이유를 알아봤다.

조사결과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 다음 해인 2011년에는 총 115건의 국제학술대회가 국내에서 열렸다. 2012년도에는 총 79건의 국제학술대회가 열렸고, 2013년에는 93건, 2014년에는 상반기에만 45건의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2014년도는 하반기를 포함하면 90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소아과 국제학술대회ⓒ 의협신문 김선경

국내 학회의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가 급증하기 전에는 세계피부과 학술대회, 세계이비인후과 학술대회 등 국제 학회의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것이 큰 이슈였다.

그러나 세계학회 학술대회를 한국에서 유치하는 것은 오랫동안 준비를 해야 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 많이 열리는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국내 학회들이 국내에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일정한 기준(5개국 이상 또는 외국인 150명 이상 참여)만 충족시키면 가능하기 때문에 최근 4년동안 총 332건이나 열릴 수 있었다.

▶마취통증의학회·방사선종양학회 등 첫 국제학술대회 개최
올해 처음으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 학회는 대장항문학회, 대한방사선종양학회, 대한마취통증의학회 등이다.

대장항문학회는 지난 9월 20~21알까지 세종대 컨벤션홀에서 제1회 국제대장항문연구회 학술대회를 열었는데, 그동안 세계대장항문학회 학술대회, 아시아·태평양 대장암학술대회를 서울에서 유치한 경험은 있지만 우리나라 학회가 주최가 돼서 국제적 규모의 학술대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방사선종양학회는 지난 10월 16일~17일까지 서울 임피리얼 팰리스호텔에서 추계학술대회를 처음으로 국제학술대회로 규모로 열었다.

최은경 대한방사선종양학회 회장은 "그동안 국내 여러 유관 종양학회와 더불어 우리나라 암치료의 발전에 많은 역할과 기여를 해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화·맞춤화·표준화의 3가지 궁극적 목표를 설정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결실을 맺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세계화를 위해 먼저 올해 제32차 정기학술대회를 국제학회로 격상해 진행하게 됐다"며 "유럽·미국·일본·중국·필리핀·방글라데시·미얀마 등 각 나라의 연자와 청중이 참석해 많은 연구결과물의 발표와 토의를 통해 다양한 협력관계를 유지 또는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현재 세계적으로 5위 수준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 방사선치료의 위상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선진국과의 학술정보 교류는 물론 국내의 임상연구 수행능력을 배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지난 11월 9일 미국·독일·일본·중국·홍콩·인도네시아·태국 등 10여개 국가의 마취통증의학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학술대회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었다.

▲ 병원경영 국제학술대회 ⓒ 의협신문 김선경

 

 

▶오래전부터 국제화 준비…명실공히 국제학회로 자리매김
몇해전부터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 학회도 여럿 있다. 국제지질·동맥경화학회 학술대회, 제3차 동아시아 피부과학술대회, 국제당뇨병학술대회가 대표적이다.

2012년 출범한 이래 올해로 3회째를 맞는 국제지질·동맥경화학회 학술대회는 매년 국내외 석학을 초빙해 기초·영양·역학·임상 등의 최신지견을 소개하고 국제적으로 수행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논의한다. 올해에는 약 20여개국에서 400여명의 지질·동맥경화 전문가들이 참석해 100여편의 논문이 전시 및 발표됐다.

동아시아 피부과학술대회는 한국·중국·일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지역 피부과 전문의들이 피부질환 연구와 치료 지식 증대 및 인적 교류를 촉진시키기 위해 설립됐는데, 이 학술대회는 한국·중국·일본에서 각각 열리던 피부과 학술대회를 2010년 일본에서부터 통합해 개최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대한당뇨병학회도 지난 10월 16~18일가지 일산 킨텍스에서 국제당뇨병학술대회를 개최했다. 2011년부터 국제당뇨병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매년 세계 20여개국 1500여명 이상의 당뇨병과 내분비내과 관련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학술대회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이기업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은 "앞으로 국제당뇨병학술대회와 같은 대규모 학술대회를 통해 질환과 치료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나가는 것은 물론 국민들의 당뇨병에 대한 인식과 관심부족을 개선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보다 실질적인 환자 치료에 기여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초음파학회도 학술대회 규모를 확대한 결과 명실공히 국제학회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대한초음파학회는 지난 5월 23~24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4개국 1200여명의 초음파의학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45차 대한초음파학회 학술대회(KSUM Open 2014)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지난 2010년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대한초음파학회는 2011년을 국제화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2012년에는 ACUCI 2012(제4차 아시아조영영상초음파회의) 및 KCThR 2012(제3차 대한갑상선영상의학회 학술대회)와 함께 연합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국제학술대회로서의 위상을 정립했다.

▶5개국 이상 또는 외국인 150 이상이면 국제학술대회 인정
국내 학회들이 학술대회 규모를 국제학술대회로 확대한 배경에는 제약회사의 후원금 지원이 한몫을 하고 있다.

▲ ⓒ의협신문 김선경

공정경쟁규약에 따르면 국내 학회의 학술대회 개최 시 제약사 및 의료기기 회사의 후원금은 부스당 최대 300만원만 인정된다. 하지만 국내 학회들이 국내에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면 이같은 제약을 받지 않는다.

실제로 의료인 등에 대한 경제적 지원에 관한 의료법 및 동법 시행규칙의 개정에 따라 한국제약협회,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의 공정경쟁규약이 개정·시행되고 있는데, 이 규약들에 따르면 의료인단체 및 학회(각 산하지부 및 학회 포함)가 개최하는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는 5개국 이상에서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참석해야 한다.

다시 말해 발표자·좌장·토론자가 아닌 청중으로 참가한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5개국 이상에서 내한해야 하거나, 회의 참가자 중 외국인이 150인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 또 학술대회 일정은 2일 이상 진행돼야 제약사 등으로부터 개최비용 등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10월 16~18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당뇨병학술대회는 부스별로 최대 1억 5000만원 이상 후원금을 받기도 했다.

부스 운영비가 300만원과 1억 5000만원이라는 숫자 앞에서 국내 학회들이 학술대회 프로그램을 국제학술대회에 맞게 준비할 수박에 없는 잉가 여기에 있다.

▶왜, 국제학술대회 개최에 목말라 하는가?
대한의학회 관계자는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에 따라 학회들은 학회 운영과 학술대회 개최에 있어 많은 변화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학회의 수가 많아지다보니 더 욕심을 내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있는데, 제약사 등이 지원해야 할 학회 수가 많아지다보면 결국에는 후원하는 비용에도 한계가 올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학술대회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해야만 제약사 등으로부터 후원금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보니 국내 학회들이 매년 개최하는 국내학술대회의 위상이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국내 학회의 춘계 및 추계학술대회도 수준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국내학술대회에 제약사들이 후원을 하지 못하도록 한 제도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부분의 학회가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지만 일부 학회를 제외하고는 규모 및 수준이 국제 규모에 걸맞지 않은 것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모든 학회들이 학술대회를 더 발전시켜야 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당뇨병학회 한 관계자는 "최근 국제학술대회가 많이 열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제학술대회가 잘 성사되고, 목적대로 잘 열리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또 "현실적으로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 제약사 등의 후원이 줄면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기도 하는데, 국제학술대회의 규모에 맞게 제대로 유지 및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앞으로 국내 학회들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최근 국제학술대회를 참가한 경험이 있는 한 관계자는 "학회의 위상을 글로벌 수준으로 격상시킨다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부분도 있지만, 모양만 국제학술대회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내실을 다지는 학술대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이상한 규제 때문에 국내 학회들이 기형적으로 국제학술대회만 고집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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