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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바꾸려면 환자단체 참여 구조 만들라

정책 바꾸려면 환자단체 참여 구조 만들라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4.11.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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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병원연맹 회장단, 한국 병원계 정치력 강화 방안 조언
의료비 급증 해결 위해 1차의료부터 대학병원까지 연계망 구축해야

▲ 국제병원연맹 회장단이 13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토마스 돌란 IHF 전임회장·김광태 IHF 회장·에딕 노만 IHF 차기회장·에릭데 루덴백 IHF 사무총장.ⓒ의협신문 송성철
소 귀에 경 읽기 식으로 좀처럼 바뀌지 않는 보건의료정책을 바꾸려면 환자와 환자단체를 병원계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대한병원협회(회장 박상근) 주관으로 12∼13일 여의도 63시티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4차 국제병원연맹(International Hospital Federation, IHF) 리더십 서밋에 참석한 전세계 보건의료계 지도자들은 "정부 보건의료정책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병원계는 물론 병원의 의사결정과정에 환자와 환자단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IHF 리더십 서밋에서는 ▲선진국 및 개발도상국 대형병원의 미래 ▲구매대행회사(GPO)와 함께 가치구매로 나아가면선 혁신을 지속하는 방법 ▲보건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위한 환자단체의 역할 ▲대학병원 및 생애말기 치료:인류애와 효율성 결합 ▲다수의 인증 프로그램 및 ISO ▲보건의료 경영자를 위한 글로벌 핵심역량 등 6가지 아젠다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13일 열린 IHF 리더십 서밋 공식 기자회견에 참여한 토마스 돌란 IHF 전임회장(미국의료경영자단체 명예회장)은 "미국 병원계나 의료계가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 정책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병원경영자들이 환자단체를 지원하고, 환자들이 정부에 직접 얘기를 하도록 하는 것이 큰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에딕 노만 IHF 차기회장도 "노르웨이는 2002년부터 심장병·류마티스 등 다양한 환자단체 대표들이 모든 병원의 자문위원회에 참여해 발언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며 "이들 환자대표들이 투표권은 없지만 자문위원회에 참여해 치료나 관리에 관한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보건의료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이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자신들이 받는 치료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비용 절감과 의료 품질의 향상을 이룰 수 있게 됐다"고 밝힌 에딕 노만 차기회장은 "권익보호가 주된 목적인 환자단체의 참여는 단순히 치료를 받는 수혜자에서 능동적인 참가자로의 변화를 의미한다"며 "아직까지 영향력이 제한적이지만 환자단체들이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제도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릭데 루덴백 IHF 사무총장은 "전세계 27개국을 대상으로 환자들이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데 걸림돌은 무엇인지, 환자단체 개입에 대한 주요 동향은 어떤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환자단체와 보건의료 제공기관의 제도적 상호 작용의 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상당수였다"며 "공식적인 제도의 형태를 통해 환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언급했다.

김광태 IHF 회장(병협 명예회장·대림성모병원 이사장)은 "IHF와 국제환자단체연합(IAPO)은 양해각서를 통해 파트너로 협력관계를 공식화하고, 환자중심의료가 전세계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키로 했다"고 소개했다.

▲ 김광태 IHF 회장(병협 명예회장·대림성모병원 이사장)ⓒ의협신문 송성철

이번 리더십 서밋에서는 보건의료 경영자 전문화의 중요성에 관한 선언문 초안 작성도 논의했다.

정식 선언문은 2015년 10월 6∼8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릴 예정인 제39차 IHF 총회 및 국제병원연맹 학술대회때 채택될 예정이다.

고령화와 복합 만성질환의 증가 문제도 이번 리더십 서밋의 주요 관심사로 다뤄졌다.

에딕 노만 IHF 차기회장은 "지난 50년 동안 평균수명이 크게 늘어나면서 복합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이로 인한 의료비 부담 문제로 세계 각국이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비용효과적인 만성복합질환 치료 모델과 대응책을 담은 백서를 IHF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광태 IHF 회장은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아무리 많은 시설과 장비와 병상을 갖춘 대학병원이라도 고령화 시대의 만성복합질환자를 모두 다 커버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며 "대학병원에서 만성복합질환을 진료하면 진료비가 병원에 비해 2.5배나 올라가기 때문에 보험재정이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동네의원-병원-대학병원에 걸맞는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서로 연동하고 융합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한 김 회장은 의료전달체계의 정립을 통한 융합과 협력 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치료할 때마다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에서 앞으로는 예방에서부터 치료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포괄적으로 묶어 좋은 결과가 나와야 비용을 지불하고, 필요없는 처치와 진료를 덜하는 방향으로 의료전달체계와 비용지불체계가 바뀌게 될 것"이라며 "의료인들이 미래 상황에 대비해 적은 비용으로 환자가 만족할 수 있도록 하고, 환자의 참여를 통해 건강한 생활을 하도록 관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새로운 제도를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릭데 루덴백 IHF 사무총장은 "복합 만성질환이 늘어나는 시대에는 대학병원이 한 곳에 큰 규모로 있기 보다 다른 여러 지역에 작은 규모로 흩어져 지역사회 1차의료에서 전문화된 치료까지 관리하고 연계하는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며 "세계적인 경향이 그렇게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광태 IHF 회장은 "리더십 서밋에 참가한 20개국 70여명의 보건의료 지도자들은 지식과 정보 공유가 국제적인 보건의료 현안을 해결하고 대응하는데 있어 가장 좋은 방안이라는데 공감했다"며 "IHF 회장 재임기간 동안 세계 각국의 보건의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한국의료의 우수성이 아직도 덜 알려져 있다"며 "IHF를 통해 한국의료의 우수성과 한국문화의 아름다음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보건의료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토마스 돌란 IHF 전임회장은 "높은 질과 낮은 비용 면에서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최고"라며 "내 가족이 한국의료 시스템을 이용하고 싶다고 하면 망설임 없이 그렇게 하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제병원연맹 회장단은 정치적 영향력 발휘를 위해 환자단체의 참여 방안을 제안했다.ⓒ의협신문 송성철

IHF는 전세계 병원협회 및 병원 대표 조직과 보건의료 관련 단체들로 구성된 비영리·비정부 조직으로 스위스 제네바에 사무국을 두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공식적인 협력관계를 맺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 보건부문의 다른 기구들과도 기술적 제휴를 맺고 있다.

국제환자단체연합(IAPO), 건강증진병원(HPH), 국제의료질관리학회(ISQua) 및 기타 보건의료협회들과 같은 국제 단체들과도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IHF는 각국 병원 단체들간 협력을 위한 의제를 개발하고, 보건의료계 지도자·정책 입안자·규제 당국·보건의료 전문가들 간의 교류를 통해 정보·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안전하고, 고품질의 보건의료 시스템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전세계 지역사회의 보건의료 향상을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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