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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재발 예측 및 맞춤치료 가능성 ↑
폐암 재발 예측 및 맞춤치료 가능성 ↑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4.11.1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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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등 연구팀, 한국인 폐암 유형 1위 '선암' 재발 유전자 발견
한국인 고유 유전자 변이 규명…인종간 유전자 발현 차이·새 유전자 16개 확인

장세진 교수(왼쪽), 김형렬 교수(오른쪽)
국내 폐암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는 유형인 폐선암의 재발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처음으로 밝혀져 폐암 재발 예방의 단초를 찾는 데 성공했다. 유전자마커 발견으로 폐암 재발 예측과 맞춤 치료에 새 가능성을 제시한 것.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폐암센터 장세진(병리과)·김형렬(흉부외과) 교수, 공구 한양의대 교수, 백대현 서울대 자연과학대 교수 등으로 이뤄진 공동 연구팀은 서울아산병원에서 근치적 폐절제술을 받은 폐선암 환자 247명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RB 유전자 돌연변이가 수술 후 조기 폐암의 재발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폐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재발률도 높기 때문에 암으로 사망한 사람 5명 가운데 1명이 폐암 환자일 정도로 국내 암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폐암 중 비소세포폐암 특히 폐의 선(腺)세포에 생기는 선암의 발병률이 꾸준히 늘어나 폐선암은 국내 폐암 환자 중 40% 가까이를 차지하며 가장 흔한 폐암으로 알려져 있다.

조기 폐선암의 경우 최상의 치료는 수술로 알려져 있지만 1기라 할지라도 10∼20%는 수술 후 재발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폐선암 재발을 예측할 수 있는 특정 바이오마커 특히 유전자마커는 밝혀진 바 없어, 이번 발견으로 폐선암 재발 예측과 표적 약물치료 등 폐선암의 맞춤형 치료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될 전망이다.

연구팀은 폐선암 1기 157명, 2기 44명, 3기 40명, 4기 6명 등 총 247명 환자에서 얻은 각각의 폐암 조직과 정상 폐 조직을 대상으로 차세대 유전체 검사법인 전체 엑솜 염기서열 분석법(WES)을 이용해 유전체 모두를 동시에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폐선암의 발생과 관련이 있는 돌연변이 유전자 중 환자의 임상병리학적 정보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계를 보이는 유전자 변이 22개를 발견할 수 있었으며, 이 중 16개는 새롭게 발견한 변이였다.

특히, 조기 폐선암 환자군(1·2기)에서 5년 재발률을 비교했을 때, RB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된 환자군(전체 환자군의 5.9%)이 그렇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수술 후 재발률이 유의하게 높았다.

RB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는 환자가 재발 없이 지낼 확률은 20%로 RB유전자 변이가 없는 환자의 1/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돼, RB 유전자 변이가 조기 폐선암 수술 후 환자의 생존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진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RB 유전자의 변이는 망막아세포종, 난소 상피암, 신경내분비암종 등 다른 암종에서 중요한 유전자로 알려져 왔지만, 재발률과 생존율 등 환자의 임상 정보와 연관성을 보이거나 유전체 분석법을 이용해 폐암의 유전자 돌연변이(driver mutation) 후보군으로 제시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장세진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암병원 폐암센터)는 "총 247개의 폐선암종 유전체와 정상유전체를 함께 분석한 이번 연구는 폐암 유전체 단일연구로는 최대 규모이며 유전체 연구 결과의 임상적 응용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또 "RB 유전자 돌연변이의 발견으로 조기 폐암의 근치적 절제술 후 재발 고위험군의 분류·선별이 가능해져 적극적 치료 및 재발 예방의 길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폐선암에서 한국인 고유의 유전자 돌연변이도 규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한국인의 유전자 변이가 그간 알려진 다른 인종의 유전자 변이와 다른 점을 파악해 서양인의 폐선암종 유전체 분석 결과를 한국인에 직접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암세포 분화 및 성장의 촉진과 관련 있는 EGFR 유전자 변이는 폐암 표적치료제의 대표적 표지다. EGFR 유전자 변이는 서양인에게는 15% 이하에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인에서의 발현은 42%인 것을 확인해 인종 간 뚜렷한 차이를 알 수 있었다.

이와 함께 COL11A1, CENPF, SLIT2 등 새로 발견한 암 관련 유전자 16개도 새롭게 보고해 한국인 폐암 치료의 전기를 마련할 후속연구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김형렬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암병원 폐암센터)는 "RB유전자군의 변이 검사를 통해 폐암 수술 후 재발을 예측할 수 있음을 새롭게 밝혔고, 조기 폐암환자의 수술 후 재발 방지를 위한 예방적 치료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표적치료를 통해 치료 효과는 극대화하고 불필요한 의료 비용의 지출은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폐암 관련 16개 유전자 발견과 EGFR 유전자 변이 확인 등 한국인 특유의 유전체 규명 소식은 한국인 폐암 환자들의 특성에 맞는 최상의 개인 맞춤 치료제 개발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 폐선암이란?

폐암은 조직형에 따라서 크게 소세포성 폐암과 비소세포성폐암, 즉 소세포 폐암이 아닌 다른 종류의 폐암으로 구분한다. 비소세포성 폐암의 종류로는 폐의 선암, 편평상피세포암, 대세포암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선암종이란 폐의 말초 부위에서 잘 발생하고, 여성이나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게도 발생하며, 크기가 작아도 전이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선암은 최근 들어 그 발생빈도가 증가 추세에 있다. 선암종의 원인으로는 담배의 타르 양 변화, 흡연 습관의 변화, 흡연 양의 변화, 식생활의 변화, 환경적-작업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비소세포성 폐암은 암의 발생부위에 따라서 종류가 나뉘는데 편평상피세포암의 경우는 주로 큰 기관지에서 발생해 기관지 내강으로 자라고 임상증상은 주로 기관지를 막아 나타난다. 선암종은 비교적 크기가 작은 세기관지 상피에서 발생하고 대세포암종은 폐표면 근처에 주로 발생하며, 절반가량이 큰 기관지에서 발생한다.

발생위치는 각각 다르지만 주로 나타나는 증상은 폐가 나빠지면 나타날 수 있는 기침·객혈·흉통·호흡곤란 등으로 비슷하다고 볼 수 있으며 증상만으로 어떤 종류인지 구별하기는 어렵다. 또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이미 진행된 뒤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비소세포성 폐암은 소세포폐암에 비해 비교적 성장 속도가 느리고 주변 조직으로 퍼진 후 나중에 전신으로 전이해 나가므로 초기에는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고 가장 효과적인 치료 또한 수술이지만 실제로 폐암 환자의 1/4 이하에서만 수술 적응이 가능하다.

수술적 치료가 가능한 3기 환자의 경우 보조적인 방사선 치료 및 항암화학치료가 권장된다. 조기폐암이지만 수술을 받기 힘든 전신상태이거나 수술적 절제가 불가능한 3기 환자의 경우 방사선치료를 받게 되고 양호한 전신상태의 경우 항암화학치료를 병용하는 것이 보다 좋은 예후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4기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항암화학치료를 하게 되고 최근 생물학적 표적치료 등도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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