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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대란(大治大亂)으로 의료정책 틀 흔들어야"
"대치대란(大治大亂)으로 의료정책 틀 흔들어야"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4.11.1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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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 "패러다임 깨지 못하면 건강보험 지속 불가능"
송호근 서울대 교수 "의협·병협 가입 의무화하고 정책 창구 일원화해야"

▲ 12일 전국병원장회의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 이 "큰 난리를 일으켜 큰 다스림을 얻는다"는 '대치대란(大治大亂)'을 언급, 눈길을 끌었다.ⓒ의협신문 송성철
1977년 당시에 설계한 저보험료·저급여·저수가 보험제도의 틀을 고수해서는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조언이 나왔다.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은 12일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국병원장회의에서 '의료정책의 기본 틀 정립'에 관한 주제발표를 통해 "1977년 의료보험 도입 당시 설계한 의료보험의 패러다임을 깨지 못하면 건강보험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 기본권의 합리적 보장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전망한 이 원장은 "보건의료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1977년에 머물고 있는 패러다임의 판(틀)을 흔들어야 한다"며 '대치대란(大治大亂)'을 언급했다.

'대치대란(大治大亂)'은 "큰 난리를 일으켜 큰 다스림을 얻는다"는 마오쩌뚱의 문화대혁명 시절 '대란대치(大亂大治)'을 연상케 해 눈길을 끌었다.

이 교수는 "사회의료보험을 국민의 기본권이 아닌 시혜와 복지 차원에서 간주한 1977년 패러다임에서 탈피하지 못함에 따라 포괄적 서비스와 최소수준 원칙을 지키지 않은 채 비급여를 허용하고, 하루 수백만원이 넘는 최고급 병실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문제점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1차 의료의 취약성과 만성질환에 부적합한 의료공급체계 양산을 비롯해 의료의 과다 이용으로 인한 국민의료비 증가·의료전달체계 붕괴·지역의료계획의 부재로 의료자원의 지역간 편중과 병상 과잉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돼 지방의료기관이 문을 닫으면 지역환자들도 서울로 가는 불편과 더 많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며 "정부가 나서서 합리적 의료이용에 관해 소비자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합리적인 의료정책을 위해 사회보험 원칙에 부합하도록 포괄성과 최소 수준 급여체계를 마련하고, 의료를 통한 영리 추구는 민간영리병원 허용을 통해 대처해야 한다"고 밝힌 이 교수는 의료인력 양성의 정부 책임 강화·건강보험 요양기관에 대한 세금 면제·1차 의사 인력 양성·만성질환 공급체계 도입 등도 주문했다.

원격의료 정책과 관련, 이 교수는 "동네의원이 가까이 있는데다 고령인구의 대부분이 만성질환과 복합 상병을 앓고 있는 질병 구조 하에서는 케어코디네이터와 통합의료체계에 대한 고민이 먼저"라며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다.

이 교수는 "원격의료를 하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며 "고용창출한다고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의료비 엉뚱하게 다른 곳으로 새 나가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병원 정책도 재점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공공병원이 동네 병의원과 똑같이 환자를 진료하는 상황에서 의료급여 환자를 조금 더 본다고 공공병원의 역할을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정책의료의 개념을 정립해 공공병원들에 특수한 역할을 부여하고, 공공의료에서 공백이 생기는 의료는 정부의 정책 의지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날 전국병원장회의에서 '의료선진국의 조건, 한국의 병원현실과 과제'를 주제로 특강을 펼친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과)는 "무한경쟁 속에서 동네의원이 황폐화 되면서 한국의료 생태계의 악화와 의료왜곡 현상이 나타나면서 의사직업이 수모를 당하고 있다"며 "의료인력과 기술은 선진국이지만 의료제도는 후진국"이라고 비판했다.

▲ <의사들도 할 말 있었다>라는 저서를 통해 유일하게 2000년 의약분업 투쟁을 의료계 입장에서 접근했던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과)가 11일 전국병원장회의에서 '한국의 병원 현실과 과제'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송 교수는 "의약분업 이후 15년이 지났지만 한국의 병원들은 재정 건정성·공공성·진료라는 의료제도의 틀에 갖혀 모순을 유지한 채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며 "정권의 보건복지 공약 남발 속에 비정상적인 의료체계의 모순을 의료계 내부에서 소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의사는 항상 그곳에 있어야 하고(봉사성), 영리를 추구하면 안되며(공공성), 싼 값에 최고의 진료를 받아야(형식적 평등의식) 한다는 유사(類似) 사회주의적 정서 속에 마치 목사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고 지적한 송 교수는 "의료정치의 부재와 관료제적 통제와 지배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한국 의료는 희망이 없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대통령 주치의 외에 정책자문의사를 만들어 의료문제에 대해 조언할 수 있도록 의료정치의 지배구조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며 "정치권이나 행정당국에 의사를 전달하는 통로를 병협과 의협으로 단일화 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회적 고립 구조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홍보와 소통을 통한 신뢰 회복도 강조했다.

의료계의 위기 극복과 신뢰 방안으로 송 교수는 최근 유명 가수의 사망사고 처리 과정을 예로 제시했다.
송 교수는 "의협과 병협이 회원 강제 가입을 통해 회원들을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의료정치의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전문가들이 진상을 조사하고, 문제가 있는 회원들을 자율적으로 징계하고 관리해야만 관료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고,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전국병원장회의에서는 중소병원(정영호 대한중소병원협회 부회장)·대학병원(강무일 가톨릭중앙의료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전문병원(박진식 대한전문병원협의회 교육학술이사·세종병원 이사장 겸 병원장)·노인요양병원(이상운 대한요양병원협회 의무이사) 등 각 직능 대표자가 참석, '생존 기로에 선 병원, 해결책은 없는가'를 주제로 현재 직면하고 있는 상황과 생존 방안을 제시했다.

정영호 중병협 부회장은 "이제는 중소병원들이 자구 노력을 할 게 없다"며 "의료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중소병원들이 고사하지 않도록 정부가 특단의 회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전국병원장회의에서 특강을 펼친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과), 좌장을 맡은 임영진 경희대의료원장,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이 전국병원장들과 토론을 하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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